파고다는 과거를 살았던 분들이 현재의 공간에서 머물고 있는 공간이자 우리의 미래를 예지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우리사회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모두 투영되고 그분들과 우리의 삶이 만드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도 함께 함축ㆍ응축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짚어보자며 '그 섬, 파고다'를 기획할 때 처음부터 무작정 중후장대한 노인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찾아가며 기사를 전개하는 것도 식상한 측면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대신 우리는 노인문제와 그로 인해 파생된
다양한 담론이 담긴 공간인 파고다공원을 훑어보고 그곳에 있는 사물과 사람 이야기를 소재 삼아 담담히 이야기를 전개하기로 했습
니다. 파고다라는 공간이 갖는 상징성과 그 속에 버무려진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자는 것이었죠.
데스킹을 보면서 취재기자들에게 요구한 특별 주문은 딱 하나였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사투리나 욕을 쓰더라도 그대로
쓰라는 것이었죠. 유려한 미사여구보다 사실적 표현 하나가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생생히 증언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론
자칫 몇몇의 사례가 전체인 양 변질ㆍ왜곡될 수도 있어 사례와 증언들이 침소봉대되지 않도록 애썼습니다. 일부 회차(박카스 아줌마
편)에서는 할아버지들이 저속(低俗)하게만 비쳐지지는 않을지도 점검해야 했습니다.
기획을 시작할 때만 해도 더웠던 것 같은데 마지막 회를 정리하는 지금은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입니다. 어르신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시길 빕니다. 가깝지만 먼, 낯익으면서도 낯선, 그래서 애잔하면서도 불편하기도 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려 합니다.
그 동안 많은 관심을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