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예산 쪼개기는 어떤 문제를 가져오나
말로만 ‘국격’ 좇는 나눠먹기 예산 ODA 심층 해부
2023.10.31

1950년의 한국은 2023년의 우크라이나처럼 전후복구로 몸살을 앓았다. 식량, 피복, 원자재 등 구호물품을 받아 폐허가 된 나라를 복구했다. 1950년대 해외 원조는 정부 세입의 최대 50%를 차지했다.

1960년대에는 유상차관의 도움을 받는다. 이 돈은 1962년 경제개발5개년 계획과 맞물려 중화학 공업 육성에 쓰인다. 1963년엔 미국 국제개발처의 지원을 받아 연수 사업을 시작하며 공여국 대열에도 합류한다.

2010년엔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에 2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다. 2011년엔 부산에서 세계개발협력총회도 개최한다. 한국은 이 곳에서 ‘개도국과 선진국의 경험을 모두 공유한 중간자’로서 자격을 확보한다.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핵심키워드를 해외원조 예산 확대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돈을 잘 쓰고 있을까? 일단 2022년도 예산을 누가 썼는지부터 살펴보자.

44개 정부부처가 썼다. 미국(19개), 스웨덴(17개), 일본(13개)보다 원조 예산을 가져가는 부처가 2배 더 많다. 선진국들은 외교부나 개발협력전문기관이 원조를 전담한다.

우리나라에도 원조 전문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과 대외경제협력기금이 있지만, 비중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최근 10년간 두 기관의 전체 ODA 예산 사업 비중은 약 20% 감소했다.

줄어든 비중은 다른 정부부처들이 차지했다. 선관위부터 헌법재판소, 감사원, 통계청, 관세청 등을 포함해 지자체들도 해외원조를 하고 있다.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은 훨씬 더 많다. 정부 부처가 원조 예산을 타내면, 이를 산하기관에 다시 내려보내서다. 지금 한국에서는 수백개의 기관이 원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ODA 정부 조직은 복잡하다

국제개발협력

본부

국제개발협력

위원회

위원장: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외교부

기획재정부

협의

무상원조 주관기관

유상원조 주관기관

관계부처

EDCF

(수출입은행)

KOICA,

44개 기관

협의

무상원조 시행기관

유상원조 시행기관

국제개발협력

본부

국제개발협력

위원회

위원장: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외교부

기획재정부

협의

무상원조 주관기관

유상원조 주관기관

관계부처

EDCF

(수출입은행)

KOICA,

44개 기관

협의

무상원조 시행기관

유상원조 시행기관

국제개발협력위원회

국제개발협력본부

위원장: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실무위원회

위원장: 국무차장

기획재정부

외교부

협의

무상원조 주관기관

유상원조 주관기관

무상개발협력

전략회의

무상원조관계

기관협의회

기금운용

위원회

관계부처

위원장: 경제부총리

위원장: 외교장관

위원장: 2차관

KOICA, 44개 기관

EDCF (수출입은행)

협의

무상원조 시행기관

유상원조 시행기관

유상원조는 기획재정부, 무상원조는 외교부가 주관한다. 집행단계에서는 무상원조를 KOICA가, 유상원조를 수출입은행 산하 EDCF가 맡는다. 정책과 집행 모두 분리된 구조다. DAC 회원국 중 이런 구조는 한국이 유일한다. 해외원조를 통한 수출 증진과 한국 기업의 교류 확대를 중요시하는 기획재정부와 인도주의적 지원과 국격 향상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외교부는, ODA 정책 방향에서 서로 다른 지향을 갖고 있다. 거기다 외교부가 주관하는 무상원조 안에는 44개 부처가 참여한다. 각 부처마다 사업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한국이 어떠한 원칙과 방향으로 유상원조와 무상원조를 구분하는지, 최종적으로 원조효과성과 책무성의 주관기관은 어딘가에 대한 판단을 어렵게 한다. 2011년 한국은 부산 개발원조총회에서 국제개발의 공동목표로 ①개도국의 주인의식, ②성과지향 ③개발 파트너십 ④투명성과 책임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같은 목표는 원조 분절화와 파편화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파편화된 작은 사업, 실패해도 아무도 모른다

여러 부처들이 작은 예산을 쪼개서 다양한 사업을 한다. 소규모 사업이 난립하고, 중단, 부실, 실패 사례들도 속출한다. DAC 가입 13년, 한국의 해외원조에 어떤 문제점들이 있었는지 유상원조는 감사원 지적과 언론보도, 무상원조 사업은 ‘외교부 재외공관 모니터링 5개년 세부자료’를 토대로 35가지를 꼽았다.

ODA 문제 사례들
전체 사례 보기
선진국에 비해 ODA 참여 부처가 압도적으로 많다

공적개발원조(ODA) 선진국으로 꼽히는 스웨덴과 일본은 ODA 전담 기관의 사업 시행 비중이 지난 2021년 기준 각각 83.8%, 76.6%다. 과반 이상이다. ODA 사업 주체가 수출입은행 45.3%, 한국국제협력단 25.9%로 쪼개져 있는 우리나라와 대비된다. 일본은 일본국제협력단(JICA)이 76.8%, 외교부 18.8%로 두 개 부처가 대부분의 ODA 사업을 도맡아 시행한다. 이는 분절화로 일어나는 원조 비효율을 막기 위해 2018년 외무성과 JICA가 유상원조와 무상원조 집행을 통합 총괄 수행하는 ‘뉴 JICA’ 체제를 출범시켜서다. 각 부처의 예산은 받되, 어디까지나 사업 집행과 실시는 외무성과 JICA 두 곳에서 맡는다. 미국은 시행기관 13곳이 모두 정부 부처다. 국제개발처가 전체 사업 중 56.7%, 국무부가 17.4%, 보건복지부가 17.4%를 시행하는 주요 기관이다. 나머지 부처 10곳이 각각 사업을 시행하는 비율은 0.1%~2%에 불과했다. 스웨덴도 외무부 아래 스웨덴국제협력기구(SIDA)를 둬 사업을 일원화하고 있다. SIDA가 83.8%, 외교부가 12.4%로 대부분의 사업을 관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ODA 시행 주체 난립은 사업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는 2017년도 동료 검토(peer review) 보고서에서 감사원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ODA사업과 관련된 기관의 수가 2013년 44개에서 2015년 64개로 증가하였다. 국제개발협력 활동의 조정이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지고, 통합적 ODA를 추진하겠다는 한국의 공약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취재 구채은, 송승섭, 전진영
데이터 분석 및 제작 신유진 (VisualPlot)
자료출처 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국무조정실 대한민국 ODA 백서,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재외공관 모니터링, 통계청 E나라지표
*ODA통계: 1945~59년은 한국은행 <경제통계연보>, 각 연도 / 1960~99년은 OECD DAC 통계시스템.
*미국, 일본, 스웨덴 ODA 시행 부처 비율: OECD Statistics.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