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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해법은? - '위안부' 이렇게 풀자

韓日공동조사·역사왜곡금지법 서둘러라, 증언할 시간<생존55명·평균 88세>이 없다 1142차 수요집회 시위 중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 이후 20여년이 지났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여전히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피해자들과 관련 시민단체, 정부 등은 일본 정부에 '그날'에 대한 사죄와 이에 따른 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이미 사과를 했다'며 맞서고 있다. 최근 위안부 문제에 대한 간극은 더 커지고 있다.

1993년 일본군과 정부의 위안부 모집과 위안소 설치ㆍ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인정하고, 명예와 존엄에 상처를 입은 다수의 여성들에게 사죄와 반성의 뜻을 보였던 '고노담화' 를 일본이 지난 6월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백지화 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꼬일 대로 꼬인 위안부 문제의 실타래를 풀 방법은 없을까. 현재 상황을 중심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들을 짚어봤다.
명확한 사실관계 합의가 우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주무부처 중 하나인 여성가족부의 김재련 국장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한국과 일본 양국 간에 피해 사실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국장은 "일본이 피해 내용 자체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나면 나중에 부정할 수 없다"며 "만약 이것이 없는 상태에서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다 보면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상황이 될 수 있어 결국은 무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무엇에 대한 사과와 법적 책임을 져서 보상을 하라는 것인지에 대한 양국의 합의가 중요하다"며 "피해 사실에 대한 명확한 사실이 합의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우선 태평양전쟁 당시의 위안소 설치와 운영, 이에 따른 사실관계를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일본은 사죄하라
태평양전쟁 당시의 위안소 설치와 운영, 이에 따른 사실관계를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 기준은 일본 스스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위안부에 대한 사실 관계를 인정한 '고노담화'와 2007년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이 될 수 있다. 김 국장은 "미 하원 결의문에는 (위안부에 대해)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 '집단강간'이라는 점이 다 나와 있다"며 "쿠마라스와미 보고서(1996년)와 맥두걸 보고서(1998년) 등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적 사실 부정 금지법 필요 명백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일본의 인정과 이에 대한 양국 간의 합의가 이뤄진 후에도 여전히 일본의 '말 바꾸기'에 대한 우려는 남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김 국장은 지난 1월 열린 프랑스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일본 측의 부스가 철거된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 앙굴렘 축제에서 일본 측의 캐치프레이즈가 '위안부는 허상이다'였다"며 "이에 대해 앙굴렘 사무국 측이 '너희는 정부가 인정한 위안부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 다음으로 갈 수 없다. 그래서 우리 법에 따라 자진 철거하라'고 요청했고 일본 측이 자진 철거를 하지 않아 사무국에서 강제 철거를 했다"고 말했다.

앙굴렘 사무국에서 언급한 법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부정을 금지하는 프랑스 국내법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대학살한 독일의 경우에는 나치를 옹호하거나 찬양하면 처벌된다.

20여년째 법학자의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김창록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도 일본의 법적 책임에 다시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불가역적'인 수단이 꼭 필요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일본 정부가 1990년대에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와 반성을 표명했지만 법적 책임은 회피하고 도덕적 책임만 지겠다고 하면서 반쪽짜리 사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후에도 각종 망언을 통해 이 사과의 진위를 의심케 해 반쪽짜리 사과마저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때 일본에서 국내법으로 불가역적인 수단을 만들었다면 이 문제가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채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섣부른 ‘현실적 타협’ 안 돼 유엔 결의안 등으로 국제적 압박 김 교수는 위안부 문제 해결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선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선행조치들이 따라야 한다고 봤다. 이 같은 논의 없이 섣부른 '현실적 타협'을 하면 그동안 일본 정부에 빌미를 제공한 1965년의 '한일 청구권 협정'을 되풀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도의적 책임'이라는 애매한 형태가 아닌 '법적 책임'이라는 명확한 형태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선 1993년의 제2차 조사 이후에 전면 중지돼 있는 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 조사의 전면적이고 지속적인 실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헌법상의 '국원의 최고기관'인 일본 국회가 사죄를 결의하고 배상입법을 해야 한다고 봤다. 이후 일본 정부가 확고한 표명을 통한 역사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국가적 차원의 위령사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선 우선 일본 정부가 '고노담화'와 '무라야마담화' 단계로 복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7년 아베 1기 내각은 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와 관련해 '군이나 관헌이 집에 들어가 강제로 (위안부를) 끌고 갔다는 협의의 강제성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다'는 부차적 내용은 각의 결정을 통해 공식 정부 견해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고노담화 자체에 대해선 '관방장관 담화일 뿐'이라며 정부의 공식 견해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고노담화 '검증' 및 무라야마담화 '대체'의 방침을 명시적으로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선행 조치들이 취해진 후에야 일본이 '법적 책임' 이행 등의 진정성 있는 해결이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국제법과 국내법을 통해서는 일본의 행동을 압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우선 국제법의 '주권면제'에 따라 일본이라는 주권 국가를 상대로 해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히로히토 일왕과 일본 정부에 유죄 판결을 내린 2000년 국제 여성법정의 경우에도 보듯이 판결에 대한 처벌을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김 교수는 "그동안 정부와 국내외 시민단체의 노력을 통해 얻은 유엔(UN) 결의안, 미 하원 결의안 등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외교적 해결이 가장 이상적 한일청구권협정 3조에 따르면 협정내용에 이견이 있는 경우 양국은 외교적 노력을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마저도 어려운 경우에는 중재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중재위원은 양국이 각각 1명씩, 그리고 협의를 거친 제3국의 중재임원 등 총 3명을 선정하는 식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중재를 요청해도 일본이 이에 응해야 한다는 강제성은 없다. 일본이 중재에 응한다고 해도 중재기간이 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 기간이 한없이 길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김 교수는 위안부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결국 한일 양국 간의 외교적 협상을 통해 찾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봤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과 일본 정부의 유일한 공식 협상 통로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한일 국장급 협의다.

외교부의 정병원 동북아시아국 공보·홍보담당관은 "외교부는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이 가장 포괄적이고 정확한 해결책이라고 본다"며 "피해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면 해결이 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 측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본이 안을 제시하면 국내에서도 협의를 하는 작업을 거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해결책 제시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 탓에 일각에선 2011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열리고 있는 한일 국장급 협의가 효용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앞선 세 번의 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이 있다면 최소한 양국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나올 텐데 아무런 얘기가 없는 것을 보면 기존 입장에 대한 재확인 수준에서 그치고 있는 것 같다"며 "국내외에서 양국이 대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으니 이에 대한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신 양국 정상이 만나야 한다고 봤다. 하 교수는 "이는 국장급에서 문제가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며 "정상회담이 필요하고 여기서 한국 정상이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양국 공동의 진상조사팀을 꾸려 공동의 조사를 통한 공동 보고서를 채택하는 것이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분위기 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아직까지 한일 양국은 위안부에 대해 공동 보고서를 낸 적이 없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인권에 관한 문제이긴 하지만 역사적 측면을 배재할 수 없다"며 "이 틀에서 보면 지금까지 연구된 학문적인 차원에서 논란의 가닥을 잡아 나가는 논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상이 만나서 정치적으로 타결을 짓는 것도 필요하지만 오히려 각론으로 풀어 나가려면 공동조사가 양국 국민을 설득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편적 여성 인권 문제로 기록물 남겨 역사적 교훈 삼아야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협상과는 별개로 피해자 명예 회복과 각종 기념사업은 역사적 교훈을 삼는다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할 일이다. 이와 관련해 여가부는 관련 콘텐츠 제작을 지원해 동영상 2편과 만화 20편이 제작됐다.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개별 다큐멘터리도 제작 중이다.

또 여가부는 국제사회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2017년 상반기 등재가 목표다. 이미 우리나라와 일본의 기록물에 대한 목록화 작업을 마쳤고 이외의 아시아 지역에 대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고노담화 21주년을 맞이해 추진 중인 '위안부 백서'도 속도를 내야 할 일이다.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 소속으로 목록화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등재할 때 한국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성범죄에 대한 보편적 인권 및 식민지 등 보편적 문제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며 "또 할머니들이 단순히 피해자로 그치지 않고 여성 인권·전쟁 반대 운동에 참여하며 새로운 미래를 위해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스토리 전개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점검이 필요하다. 심의를 거친 등록 피해자들에게 생활안정자금과 치료ㆍ간병비가 지원되고 있는데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오용하는 경우가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이유로 여가부는 지난해 7월 도입된 '성년 후견인제도'를 근거로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후견인제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성년 후견인제는 후견인 선임이 친족에게만 한정되던 기존 '금치산·한정치산제도'와 달리 변호사와 법무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를 후견인으로 선임할 수 있는 제도다.

김재련 국장은 "할머니들에게 지원되는 생활안정자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며 "반발이 예상되지만 생활안정자금의 사용 내역을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후견인 제도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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