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길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겸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당시 일부 일본군에게 품었던 '긍정적인 감정'은 연모 혹은 사랑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인질이 인질범에 동화되는 현상을 뜻하는 '스톡홀름 증후군'과 유사한 방어기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현상은 일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에서도 확인된다. 1938년부터 대만과 홍콩, 중국 등지에서 햇수로 8년 동안 '위안부' 생활을 했던 강○○ 할머니의 경우가 그렇다. 강 할머니는 당시 스물넷이었던 일본군 장교가 자신의 처지를 동정해 잘해 줬다고 기억한다. 강 할머니는 일본군 장교인 하데나카 주타이조가 일주일에 한번 꼴로 찾아와서 성관계도 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걱정해 줬다고 했다. 강 할머니는 위안소에서 '레이코'로 불렸던 자신에게 "우짜다가 레이코상이 이리 됐느냐고 눈물을 흘리고 그라데. 그래 같이 울면 '나쿠나요(울지마). 나쿠나요.' 지도 울고 나도 울고. 날로(나를) 얼라같이(아이처럼) 이쁘게 해 주고 사랑 많이 받았어요"라고 기억했다. 강 할머니는 "(그 장교가) 지금도 그리 생각난다"고 했다.
민 교수 연구팀은 피해자들의 PTSD를 연구하기 위해 2003년 6월부터 8월까지 생존자 26명을 만났다. 이들의 증상을 비교하기 위해 서울의 한 복지관의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동일한 성별, 동등 연령ㆍ학력 수준의 노인 24명에 대한 면담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