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은 이제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품어주고 나눠야 할 아픔이 됐다. 그 아픔을 붓으로 그리고, 노래로 부르며 사진에 담기도 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려는 움직임이 각종 문화ㆍ예술 작품의 창작으로 이어진 것이다.
'위안부 보고서 55' 포토갤러리의 네 번째 카테고리 '예술과 만남'은 위안부 관련 작품을 담은 40여장의 사진으로 이뤄졌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위안부 문제 해결과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예술계가 앞장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맨 먼저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건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나비'들이 그려진 대형 걸개그림이다. 지난 6월 '나비의 꿈' 프로젝트를 통해 54명의 시민들이 유럽 4개국을 돌며 위안부 피해 실상을 알렸다. 고경일 상명대 만화학과 교수도 이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나서 파리 인권광장에서 전 세계인을 상대로 나비그림 그리기 행사를 열었다.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이 국내외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포토갤러리에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과 공동 제작한 뮤지컬 '꽃신'과 지난달 미주 순회공연을 마친 서울시극단의 연극 '봉선화'의 주요 장면도 실려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열린 '아픔으로 날다' 전시회의 몇몇 작품도 갤러리를 채웠다. 11인의 여성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회는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부부 작가 김운성ㆍ김서경이 주축이 됐다. 작품은 작가들마다의 개성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길원옥 할머니를 흑백사진에 담은 조영애 작가는 "세수를 막 하고 난 뒤 환하게 웃는 얼굴에서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 그 덕분에 할머니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연출됐다"고 전했다.
위안부 피해자 고(故) 심달연 할머니의 일생을 다룬 그림책 '꽃할머니'의 주요 장면들도 확인할 수 있다. 권윤덕 작가는 이 그림책을 제작하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는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표현을 넣지 않고 전쟁으로 인권이 유린되는 상황과 평화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꽃할머니'의 일본 출간을 위해 현지 초ㆍ중학교의 교실을 찾아가 직접 책을 낭독하기도 했다.
여성가족부가 선정한 청소년ㆍ대학생들의 그림에서는 소녀들의 처절한 절규가 들리는 듯하고, 올해 초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의 한국만화기획전 '지지않는 꽃'에 출품된 작품들은 특유의 섬세함과 재치가 엿보인다. 소녀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고자하는 작가들의 노력과 고민이 깊은 울림을 전한다